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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CH PROJECT
S01 E01 WOO
“담배 한대 피고 시작할까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다시 일어나며 woo가 말했다. 담배를 피고 들어와서 나는 카메라를 들어 초점을 맞췄다. “얼굴 나온 건 올리지 않을거고, 개인적으로 드릴거에요. 그런데 여기가 좀 어두워서...” 옛날 감성 이쁘게 해서 뉴진스처럼 찍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민희진이 아닌걸.

자기소개 먼저 해주세요. 나이는 굳이 말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해도 되고. 이름이랑 하는 일 정도.

89년생이고, 닉네임은 WOO, 건축 설계하고 있고, 지금 대형 설계 사무소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아키라는 모임에서 만났어요. 처음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제 친한 형의 전 애인이 지아키에 있어서 들어오게 됐어요. 그 형이 “전 애인이 건축 모임에 들어가 있다는데, 너 거기 들어갈래? “ “그럼 소개해 주세요” 하면서 들어오게 됐죠.
저도 전에 건축 모임을 만들어 봤는데 운영이 잘 안됐어요. 그런데 지아키는 운영이 잘 된다는 거 같단 말이죠? 그래서 들어와 봤더니 굉장히 꽤 운영이 잘 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반가웠죠.

그러면 언제쯤 모임에 들어온 건가요?

처음 나왔던 게, 마포 문화비축기지 갔을 때. 그때 들어왔어요. 그게 언제였지?

18년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학생이었을 때 갔었거든요.

처음 정모가 그 때 였어요.

그날 정말 사람 많았었죠. 날도 좋고 화기애애하고.

그때가 좋았던 게, 지금은 지아키에서 답사하면서 정모하는 게 없어졌잖아요. 근데 그때만 해도, 건축 모임이라고 답사를 하는구나. 되게 신선하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하고 있는 다른 모임들은 전부 그냥 술 마시고 맨날 이게 끝인데 이렇게 답사도 하고 좋다.

“이쪽 활동을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저는 지아키말고 다른 이쪽 모임을 하는 게 없거든요? 또 어떤 모임을 해요?

대학교 모임을 오래 했어요.

대학교 모임은 입학하면서 들어가게 됐나요? 바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맞아요. 내가 이쪽인 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건 두려웠었어요. 이쪽 활동을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활동을 한다는 건 완전 다른 얘기니까.

그 때는 스마트폰 시절도 아니니까 ‘히즈’나 ‘오렌지동’ 이런 걸 통해서만 정보를 알던 시절인데, 입학하고 나서 보니까 게시판에 저희 학교 홍보가 계속 올라오는 거예요. 학교 이쪽 동아리가.
처음엔 너무 무서워서 못 나갔어요. 그런데 1학년 2학기 때쯤이었을 거에요. 제가 머리가 복잡해서 술을 많이 먹은 날 네이트온을 접속했는데 여자사람친구가 영화 ‘후회하지 않아’였나? 그 영화에 대한 걸 네이트온 대화명에 써놓은거에요. 그래서 걔한테 카톡을 걸었어요. 아니지, 네이트온을 걸었어요. 대화를 하다가 내가 이쪽이라는 것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게 된 거예요. 대학교 와서 처음 커밍아웃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가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해야겠다, 해서 대학교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됐어요.

첫 커밍아웃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쪽 모임에 가입까지 하게 된 거네요.

그때부터는 모임에 거부감이 별로 없어졌죠. 주 모임은 대학모임이고 그 뒤로는 기회가 있으면 친목 모임도 하고 그래요.

저는 무슨 모임 나가는 게 되게 부끄럽더라고요. 누가 보면 제가 되게 이것저것 뭔가 많이 하는 줄 알아서 이쪽 친구가 많은 줄 아는데, 학교 동아리를 안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실 그게 좀 부럽기도 해요.

근데 필요해요. 왜냐하면 이쪽 친구들이랑 일반 친구들을 양분해서 만나게 되는데, 지금 나이가 되니까 주변에서 결혼하기 시작하잖아요. 그럼, 이제 갑자기 급격하게 좀 우울해지는 게, 애들이 없어지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맞아요. 저도 그걸 요즘 너무 느끼는 거예요.

일반들은 저희랑 생각하는 게 달라요. 얘들은 결혼해서 집 사고 뭐 애 키우는 생각밖에 없는데, 이쪽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철이 없고.

뭔가 같이 동거를 오래 한 커플은 조금 다르긴 한데,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주변에 결혼을 한 37살 형보다, 결혼은 안 했지만 10년을 동거하고 있는 37살 게이 형이 훨씬… 그러니까 철이 없다고 해야 되나? 훨씬 좀 더 편하게 살고 자유롭게 살고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냥 내 한 몸만 부양하면 되잖아. 그래서 그냥 애들 학원 보내고 기르는 그런 비용을, 내 취미 생활을 하면 되니까. 나는 요즘 유화 배우고 있고, 예전에는 보컬 배웠었고… 아예 그들이랑 우리 삶은 다른 거예요. 그래서 점점 얘기를 나눌 수가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이쪽 인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죠. 그리고 전 뭔가 모임을 더 많이 할 줄 알았어요.

하고는 싶죠. 근데 이제는 직장인이 되니까 시간이 너무 없어서… 체력도 이제는 딸리고. 그리고 연차가 차니까 진짜 시간이 점점 없어진다. 일이 너무 벅차진다.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조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침 직장 얘기로 나왔으니까. woo님이 대형 설계사무소. 우리끼리는 대형이라고 말하지만 한국 사회의 기업으로 보면 중소기업인. 그러니까 중소기업이기 하지만 대형 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 몇 년 차죠?

지금 이제 7년 차예요.

7년 차. 제가 3년 반다니고 그만뒀으니까, 제가 다닌 거에 딱 두 배란 말이에요. 그 정도 되면 다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대형 설계사무소 같은 경우는 확실히 세분화가 되어 있어요. 일단 파트를 크게 두 개로 나눈다고 보면 되는데, 계획과 실시 파트로 나뉘어요. 완전히 나눠져요. 그래서 계획 파트가 현상을 포함해서 계획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고 실시 파트는 실시, 착공, 준공하는 데까지 관리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여기서 계획파트에 있습니다.

그럼 기본적인 법규부터 대략 허가까지? 혹은 그 전까지를 계획파트에서 하겠고, 그 이후에 실시, 디테일 등을 실시파트에서 하는?

그렇죠. 그래서 저희는 항상 이런 게 있어요. 대형에서는 양쪽이 트러블이 조금 있어요. 우리(계획파트)는 수주를 해야 되니까 좀 더 과격한 걸 디자인 하기도 한단 말이에요.

말이 안 되기도 하는?

과장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타워를 할 때. 일부러 그림을 좋게 하기 위해서.

저도 처음에 그런 걸 보고 좀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왜곡되거나 과장된 디자인을 넘기면 실시파트에서는 그게 말이 안 되는거죠.
회사마다 또 다 다른데, 저희 회사같은 경우에는 당선이 되면 계획파트에서 심의나 허가까지 하거든요. 그러니까 과장을 해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한다면, 어떤 회사는 당선 딱 되는 순간 바로 놓는다는 거에요. 그러면 실시팀에서 와서 ‘저희는 잘 몰라요’ 이렇게 하기도하고. 그래서 발주처들이 좀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당선돼도 문제겠네요, 잘못하면. 그러면 현상이나 계획파트 전반적으로 하는건가요?

그중에서도 제가 지금까지 주로 했던 거는 3D. 3D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었어요. 요즘에 주력으로 하는 거는 동영상이에요. 예전에는 동영상이 무조건이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갑자기 동영상이 메인이 되더라고요. 입사했을 때만 해도 동영상 같은 거는 업체에 맡겨야지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거 1분짜리 억 단위거든요.

상상을 뛰어넘네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이제 직원들을 시키면 직원들이 알아서 하니까, 시키는 거죠.

한다고 해서 일억 줄 것도 아니면서. 일천을 주는 것도 아니고.
현상은 그럼 어떤 식으로 진행이 돼요?

법규체크하면서 계획해서 도면화하는 파트가 있고 입면디자인하고 비주얼라이징 하는 파트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쓰는 파트가 있거든요? 이 세 파트로 나눈다고 했을 때 이게 또 동시에 진행돼요.

이거 재밌네요. 제가 다닌 회사는 인원이 적어서, 그냥 제가 다 해야 하는 거에요. 보고서도 하고, 렌더도 하고, 도면도 그리고.

맞아요,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적응이 안 됐어요. 제가 디자인하면 또 그게 실시간으로 보고서에 반영되고 도면에 반영되고 또 도면을 보면서 제가 또 다시 입면을 반영하고 그게 또 보고서에 반영되고 이게 동시에 같이 반영되는거죠.

저는 아뜰리에를 다니면서, 제가 설계를 하는 프로세스는 이런거거든요. 현상을 해서 당선이 되면, 그 프로젝트는 제가 팀장이 돼서 하는 게 일반적인 프로세스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이 설계를 가장 이해할 수 있고 그거를 뭘 주도적으로 하려고 했는지가 좀 더 잘 안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실시까지 끝내야한다라는 마음이 좀 자연스럽게 생겼거든요. 그럼 woo님은 실시까지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나요?

반반이에요. 그래도 사실 내가 뭐라도 하나 했으니까 그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은 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또 책임감이 분산이 되는거죠. 한 부분을 했을 뿐이니까. 그래서 지금 연차가 올라오다 보니까, 한 파트만 하지 말고, 전체적인 그런 거를 하라는 압박이 들어와요. 너무 네 것만 하지말라고. 그런걸 보면 지금 조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대형 회사들의 한계이기도 한데, 결국에는 다른 파트도 다 할 줄 알아야 되는 거잖아요. 특화를 시키는 거는 효율성이지만, 다른 일들도 다 할 줄 알면서 특화가 되어야 되는 거죠. 할 줄 아는 하나만 가지고 영원히 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파트의 일도 같이 보고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지금은 아까 말했던 그 계획 파트나 보고서 파트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런 부분은 저도 발전해 나가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고.

한 회사에서 7년이면 오래다닌다고 생각이 되는데, 오래다니게 된 이유가 있어요?

처음에는 옮기고 싶었는데, 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데가 없었어요. 그런 이유가 있고, 또 다른 이유는 7년차, 어느새 7년차가 됐는데 과연 내 연차의 일을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3-4년 차에, 딱 저 같은 경우죠. 이 땐 난 다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들고. 5-6년차 이상이면 난 아무것도 못해.그렇게 되는거 같아요.

3-4년 차 때, 그때 움직였어야 됐는데 지금은 제가 너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뜰리에를 가자니 아뜰리에는 가뜩이나 대형을 무시한다는데.

그런게 있긴 한거 같아요. 대형에서 왔다고 하면, 허가도 안 해본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런 게 없는 듯 또 있잖아요. 아뜰리에를 가려는 이유는 여기서 경험해보지 못한 걸 경험하고 싶어서 가는 건데, 막 그런 무시를 당하면서 가기도 존심 상하고. 그런데 또 다른 대형을 가서도 문제에요. 경력직이 오면 다 테스트를 한단 말이에요. 얘가 얼마나 잘하는지.

연차가 거품인지 아닌지

그렇죠. 내가 잘 통과할 수 있을까? 이 테스트라는게, 사원이나 대리가 왔을 땐 기대가 그렇게 크진 않은데, 6-7년차가 왔을땐 그 기대감이 클거란 말이에요. 내가 그 만큼을 못할 것 같으니까 더 두려워서 못움직이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그런 생각은 언제나 해요. 이 일 말고 아예 다른 일을 하는, 소위 탈건을 하고 다른 걸 하는 상상은 오히려 많이 해요. 그냥 완전 다른 일. 예를 들면 뭐 술집을 차린다든가 편집샵을 한다든가 이런 것들.

그렇죠, 저도 지금 뭘 해야하나 계속 고민중이에요.

“마음을 먹으면 12시에 퇴근해도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설계하는 사람들이 많이 바쁘다고 하잖아요. 야근도 많이하고, 주말출근도 많이 한다고 하고. 이렇게 바쁜데 그러면 연애나 번개는, 어떻게 시간을 내서 하는 지 궁금해요. woo님도 유화를 배우러 다니기도 하잖아요?

일단 현상은 길면 두 달, 짧으면 2주 정도를 몰두 해야 하는거죠. 보통 야근은 2주에서 한 달가량을 매일 하고요. 야근을 하면 보통 12시에는 끊고 들어가지만, 평일은 못 본다고 봐야 되고. 주말은 한 연속 2주?

연속 2주면, 14일, 아니 사실상 3주는 쭉 출근이겠네요.

그 동안의 연애를 생각해 보면 연애 중일 경우에 일하다 중간에 나가서 통화를 하고, 밤에 이제 잘 자 하고 끊고, 그렇게 2-3주는 못보다가 프로젝트 끝나고 보고 하는 식. 아, 그런데 주말 출근은 오후 출근이긴 해요. 그래서 오전에 애인이랑 점심을 먹고 출근하는 방향으로 하면, 그래도 아예 못 보지 않으니까.

어쨌든 거의 주말이네요.

여의치 않으면 정말 쭉 못 보기도 하고 그렇죠. 어떤 경우는 그렇게 오랫동안 못 보다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헤어진 적도 있었고.

상대방이 지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그냥 바빠 죽겠는데 만나자고 하니까 싫을 수도 있고.

내가 미안한 쪽이라 싫지는 않았고.

전 바쁜데 너무 귀찮게 하면 되게 실증이 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럴 수는 있는데 제가 이제 어른이 되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는 애당초 그렇게 일 때문에 바쁜데 재촉하는 사람이었으면 안 만났을 것 같고, 그 정도는 서로 다 이해를 하고 있죠.
그리고 마음을 먹으면 저는 12시에 퇴근해도 가까이 살면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제 에너지는 가능한데, 그 동안에 제가 만났던 애들은 다 에너지가 그렇게 넘치는 사람들은 아니라서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제일 힘든 거는 사실 썸일 때거든요.

맞아요 썸일 때가 제일 힘들죠.

썸일 때는 망이에요.

내가 안 바쁠 때 썸을 타길 바라고. 바쁠 땐 썸도 없길 바라고. 그냥 운명에 맡겨야 될 뿐인거 같아요.

지금은 연애 중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면 아까 자기 소개를 해 주셨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어플 프로필이라든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 프로필을요?

이 인터뷰가 자기 홍보의 장이 될 수도 있어요. 지아키 회원들 사이에서나, 아니면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한테.

이거는 노코멘트할게요. 왜냐면 저는 오프라인이 원래 강세이기 때문에.

오… 알겠어요. 그럼 지금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네, 저 이제 시작했어요.

연애 시작했어요?

작업을 시작했어요. 연애를 위한 작업을 하는 상태다 그런거죠.

어떤 시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고, 어떤 시기에는 작업을 하는 시기가 있고… 그렇죠. 이해 했어요.
저한테 식이 어떻다 말한 적은 없는데, 제가 느끼기로는 어리고 귀여운 애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거는 맞는데, 이제는 얼굴을 따지면 안 되겠다.

아, 왜요?

작년도 연애를 돌이켜봤을 때 작년도에 두 명을 만났어요. 재작년부터 만난 애가 한 명 있고 중간에 한 명이 있고. 재작년부터 만난 애는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외모가 식이 좀 안됐지만, 안정감이 있었어요. 근데 얼굴이 식이 안 되니 결국에는 오래가진 못했죠.

그래서 저는 얼굴이 식이 안 되면 섹스하기 싫더라고요. 연애는 할 수 있어요. 근데 섹스를 못 하겠어요.

그러다가 다음번엔 완식인 애를 만났어요.

보통 다음 연애는 전 애인한테 내가 좀 아쉬웠던 점. 그것만 되게 채우려고 하는 경향도 있는 거 같아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 얼굴만 볼 거야, 이런 마인드로 만났어요. 스케줄 근무에 뭐에 하나도 맞는 거 없고 얼굴만 너무 식이 됐어요.

그런데 또 얼굴만 보고 만나면 섹스 한 두번 하고 나면 만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게 뭔가 잘 안 돼요.

그렇다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이 결국에는 그럼 얼굴도 봐야 되고 조건도 봐야 되고 다 봐야 되는 건가? 이렇게 되는거죠. 그런데 그 동안의 연애를 생각했을 때 얼굴이 제일 중요한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풀은 줄어들 거예요.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얘기 듣기 힘들어요. 지금 그게 되게 우울한 이유 중에 하나에요. 괜찮은 애들은 다 누가 챙긴거 같고.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제 막 작업을 시작했고, 어쨌든 그냥 편한 마음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나랑 같은 일을하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거.”

그러면 이제 연애 얘기도 했고, 하는 일 얘기도 하고 그랬죠. 이제 한 두 가지 정도 물으려고 해요.
노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노년에 게이로서의 내 삶, 건축인으로서의 내 삶이든. 상상이 되나요?

제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미래는 비슷할 거 같아요. <메종 드 히미코>를 항상 생각했어요.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이 저에겐 친구들이었어요. 친구들하고 타운하우스 같은 데서 커뮤니티에 모여서 같이 밥도 먹고 살아가는 그런 어떤 삶을 항상 꿈꿨거든요. 근데 최근에 조금 달라졌어요. 여기에 연인도 있는.

왜 달라졌을까요.

어렸을 때의 내 미래에 연인이 없었던 이유는 연인이 영원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거든요. 20대 때 나는 조금 가서 헤어지고, 조금 가서 헤어지고, 뭐 하나 마음에 안 들면 헤어졌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참을 줄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조금 참고 양보하고 또 내가 만나는 그 상대방도 참고 양보하고 그렇게 오래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주변에 장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서 이제 다들 철이 들었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까 말했던 것의 연장선인 것 같기도 한데 이성애자들인 주변 친구들도 결혼을 하듯이, 이쪽도 점점 장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도 일반들처럼 영원한 배우자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누군가랑 같이 그렇게 살고 있겠거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게 타운하우스일지 주상복합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친구들하고 같이 사는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정말 마지막 질문인데, 지아키를 통해서 얻은 게 있나요?

얻은 게 있죠. 나랑 같은 일을하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거. 그리고 그 동지들하고 이렇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게 너무너무 좋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상 하는 사람이 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러면 내가 도움을 많이 주거나 받을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구요. 어쨌든 이렇게 같은 업계에 많은 이쪽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지아키에게 바라는 거는 특별히 없는데 그냥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렇게 있어서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좀 더 의지만 되어줘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설계에 딱 한정되기보다는 조금 더 확장이 돼서 많은 분야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진행 및 사진 : 정민        일러스트: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