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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CH PROJECT
S01 E07 조엘
“저희 저번주에 보기로 했다가 못봤잖아요, 날짜를 잡아야 할 거 같아요. 이번주는 내일이나 내일 모레? 어떠세요?”
“오늘은?”
“아, 오늘도 돼요!”
“이따 당산에서 봐, 나 아는 횟집 있어. 막회에 소주 먹자.”

안녕하세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90년생, 회사다니면서 겸직으로 강의하고 있는 조엘입니다.

아 강의만 하는 줄 알았는데, 회사도 다니고 있는건가요?

지금 회사 다니기 위해서 학교를 6개 나가던 거를 줄이고 줄였어요. 정민이가 말한 거 처럼, 작년엔 생계형 강사긴 했어요. 매일매일 강의만 했어요. 그 전에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강의를 나갔었는데, 점점 강의가 많아지고 욕심도 커지면서 회사를 아예 못나가게 됐었어요. 그래서 퇴사를 했죠. 근데 또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보니까, 다시 여기로 입사를 하면서, 강의를 줄이고 줄여서 지금은 병행을 하고있죠.

그럼 지금 다니는 회사는 건축회사에요?

음… 디자인 회사라고 해야하나? 실내디자인도 하고, 브랜딩도 하고, 사이니지도 하고, 제품도 하고, 그래픽 패키지 디자인도 하고,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어요. 아 지금은 또 피그마도 배우고 있어요. UX UI 뭐 이런거. 개발자랑 협업하면서 디자인 책임으로 하고 있죠.

디자인도 이렇게 많이 하는 지 몰랐어요. 아니 사실 강의만 하는 줄 알았으니까…

그러면서 강의는 설계 주로 가르치다가, 요즘은 툴 많이 가르쳐요. 아, 그리고 법규수업도 가르친적 있어요. 법규 수업할 때, 애들한테 기억 잘 되게끔 한게 하나 있어요. 수업 때 휠체어를 빌려다가 학생들한테 직접 타고 움직이면서 가능한 문 사이즈, 회전반경 이런 것들을 익히게 했었어요.

그러게요, 저도 휠체어 한번 안 타보고 그냥 기계적으로 했는데, 직접 타보는 경험을 해본다는 생각을 못해봤어요.

“난 질 수 없어. 그러니까 뭐든 약간 승부욕이 너무 강해요.”

실무도 하고 있고,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그 전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대학원에 처음 진학한 계기가 있어요?

대학원을 진학한 계기는…. 음… 이유가 없어.

네? 억지로 가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이유가 없어.

너무 웃겨.

난 질 수 없어. 그러니까 뭐든 약간 승부욕이 너무 강해요.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같이 게임도 안해요. 지면 너무 눈물이 나고 그래서.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학부때 3학년 때까지 되게 열심히 했어요. 내가 노는 것도 정말 좋아하지만 또 할 떈 하거든요, 놀고 나서 하거나 끝내고 놀았어요. 그런데 이제 4학년 졸업해야 하잖아요? 근데 4학년 1,2학기를 다 4.5를 맞아도 수석이 아니라는거에요. 그런데 여기서 수석이 또 나랑 같은 과에요. 한살 어린. 나는 차석을 하고. 내가 화가 나요 안나요. 너무 화가나서 울었어요 그때.

너무 웃기긴 한데, 이게 대학원 진학이랑 관계가 있어요?

난 그래서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 차석으로 끝낼 수 없다.

그렇지. 내 인생 차석으로 끝낼 순 없지. 이게 다 연관이 있는 얘기에요. 그렇게 석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럼 석사 땐 수석을 했어요?

제가 또 영광스럽게 트로피도 받고 하면서 수석을 했죠. 근데 그게 또 이어져요. 그 강당에서 수여식을 하고 그러는데, 거기에 오신 또 다른 교수님한테 눈에 들어가지고, 그렇게 박사를 또 하게 되었어요.

석사, 박사 다 되게 기분대로? 라고 하면 좀 실례일까요. 신기하게 결정을 하고 들어가셨네요.

뭐 그런 셈이죠.

바로 바로 스트레이트로 학사,석사,박사까지 하셨는데,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는 어떤거 같아요?

막막함 정도의 차이. 학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대학원은 따라갈 길이 전혀 없어요 그냥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하는 느낌. 물론 한 기수 차이 동기가 있거나 갓 졸업한 선배가 있다면 충분히 조언을 구해볼 수 있겠지만, 특히나 요즘 같이 모든 학문이 빠르게 융복합되고, 모든 질문에 답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서는... 글쎄요… 조언을 구한다고 그게 큰 도움이 될까 싶어요. 그냥 눈치싸움?

그럼 대학원 다닐 때 관심있던 연구주제는 어떤거였어요? 아니면 최근에 관심있는 주제가 있어요?

창신동 산업유산을 활용한 공간, 도시재생 관련 계획 논문을 썼었어요. 늦가을쯤 족발먹고 산책하다 창신동이라는 곳을 갔는데요, 너무 이쁜거에요. 그런데 거기 완구점도 있고, 미싱가게도 있고. 그런데 특히 그 파란하늘, 단풍나무, 엄청 높은 낙산절개지, 봉제공장이 너무 예뻤던 기억에 무턱대고 졸업설계 사이트로 정했어요. 언론에서 노출도 자주 되었던 기억이 조금 나네요. 지금은 돈 벌어야 하는 사업계획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강사 조엘에 대해서 한번 물어볼게요. 처음 강의를 나가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왠지 이것도 갑작스럽게 정해졌을 거 같지만…

강의는 서른살에 처음 나갔는데요, 벌써 사년차네요. 제가 박사를 하는 학교에선 학부 건축 스튜디오를 교수 두명이서 팀 티칭을 해요. 여기서 팀 티칭 교수를 채용할 때, 조건에 맞는 박사과정이 있으면 우선 채용하도록 배려를 해줘요. 이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잘 이용해서 박사과정 중 1년간 학교에서 강의를 했어요. 이렇게 시작을 했죠.

이번엔 꽤 계획적이였네요. 그러고보니 강사는 비정규직이잖아요, 그에 대한 어떤 애환이 있을 거 같아요.

강사는 3년 후 1년 쉬도록 되어 있고, 겸임은 1년단위 재계약이에요. 처음엔 되게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는데 같은 강의가 반복되니 거기서 오는 딜레마도 있고. 더 줄이는게 맞는 것 같아 겸임만 남겨두려고 계획중에 있어요.

그럼 지금 연구도 했었고, 실무 디자인도 하고 있고, 강사로도 살고 있어요. 더 잘 맞는 게 있나요?

요즘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하고 있어서,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제일 좋은 거 하나를 뽑자면 강의라고 말할게요. 제가 그렇게 똑똑이가 아니라, 어렵게 배웠었는데, 이 어렵게 배운 걸 쉽게 알려줬을 때 딱딱 알아들을때의 그 성취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이게 배우는 거랑 가르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어서요.

조엘 형이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거에 더 특화되어 있나봐요.

정민이도 한번 나중에 꼭 강의도 해보고 그래요. 기회가 분명히 올거에요. 젊은 강사를 원하기도 하고, 언젠가 기회가 온다.

저도 사실 강의를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럼, 이제 다른 조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요. 호모라이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주변에 커밍아웃은 많이 했어요?

일반친구들 중에서 음… 그러니까, 제가 ‘제 친구에요’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오픈을 하고 지내고 있어요. 그게 편하더라고요.

맞아요 점점 얘기하다보면 내가 게이인걸 밝히지 않고 얘기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거 같아요. 머리도 아프고, 예전에 말한거랑 앞뒤 안맞고 막…

맞아요. 그리고 전 엄청 편한 사람이랑 둘이 있으면 이런 저런 끼도 나오고 그러는데, 만약에 조금 불편한? 안친한? 사람이 한명 있어요. 그러면 바로 약간 고장나버려. 내가 내 사람과 아닌 사람 사이의 바운더리가 좀 확실한 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어요?

언제부터 였는진 모르겠는데, 아 학교 얘기하니까 지금 저희 인터뷰 하는 곳 근처가 제가 나온 고등학교에요. 거기서 산디과를 나왔는데, 딱 세반 있는데 한반에 25명 그 중에 남자가 3명이에요. 그래서 남자가 총 10명? 정도. 근데 이 10명이 다 안친해요. 그래서 저도 다 여자인 친구들 밖에 없는데, 또 이제 결혼을 하니까 살짝 멀어지는 친구들도 있고…

저 그래서 주변에 여자인 친구들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전에 거의 운적도 있어요 결혼할까봐.

그래서 뭐 이 친구들한테는 어느정도 오픈을 했고 그래요. 어쨌든, 그래서 점점 이쪽 친구가, 커뮤니티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건축이라는 거로 모였고, 또 다른 모임들도 많이 생기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30대가 되면서 점점 이쪽 커뮤니티에 딱히 커뮤니티가 아니더라도, 이쪽 친구들이 많아지기도 하고 더 자주만나고 의지하고 그런 건 있는 거같아요. 아, 형 친한 친구들 한 3명? 4명이서 모이는 친구들 모임 있지 않나요?

스무살 때,엄청 친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알던.

여행도 진짜 많이 같이 가고 아마 페이스북에 사진 같은 게 있을거에요.

10년 된 친구들이네요

그렇게 네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남자랑 결혼하고 나가구 해외에서. 그리고 한 명은 아.. 내가 동생이었는데, ‘너가 잘 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라고 하는거에요.

아… 그렇게 갔구나…

내가 두 번 잡았거든. 나도 내 인생의 20대를 다 같이 한 친구들인데, 이게 어떻게 그러냐고. 그런데 뭐 결국 이렇게 됐죠

너무 안타깝고 슬프게 끝났네요. 싸운 것도 아니고…

“한두 번씩은 그런 아픔이 있더라고. 연인처럼 가까웠던 우정이 이렇게 멀어진 경험이 있더라고. 그런데 또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줄 몰랐다는 거에요. 그래서 또 무섭다고 하기도 하고...”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서, 이쪽 단독방에 들어가봤어요, 그렇게 막 엄청 재밌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냥 지냈는데, 그중에 한명이 근처라고 술을 먹자고 해서 먹으러 나갔어요. 그랬는데 그 친구가 자기와 많이 친한 친구를 불렀는데, 셋이 너무 잘 맞는거에요. 뭐 물론 지금은 맨날 싸워요, 돌아다니면서 싸워. 이렇게 알게 된지 한 3년 4년? 얼마 안됐어요.

그렇게 친해졌었군요. 자주 인스타에서 사진도 보고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 되게 자주 논다… 라는 생각도 하고요. 아, 스티커 사진 자주 찍는 거 같더라고요.

나는 이제 앨범도 샀어요. 이번에 인생네컷 앨범이 나와서, 사진을 보관하기 좋게 나왔더라고요. 보관도 하고 갖고 다니기도 하고 그렇죠.

우리 지아키도 옛날에 한 번 찍었었잖아요. 그쵸? 그때 형도 있었는데.

나 있어 나도 있어. 지아키랑 찍은 사진도 앨범에 있어요. 소중하게.

같이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 해요?

뭐랄까 일단은 이쪽 사람들은 아까 내가 얘기한 것처럼 다 공통적으로 가까웠다가 멀어진 친구들이 다 하나씩 있더라고요. 한두 번씩은 그런 아픔이 있더라고. 연인처럼 가까웠던 우정이 이렇게 멀어진 경험이 있더라고. 그런데 또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줄 몰랐다는 거에요. 그래서 또 무섭다고 하기도 하고.

사이가 정말 좋은거 같아요. 부러워요.

거기서 범퍼 할까 하는 사람이 저에요. 근데 어느 관계에서나 나는 항상 완충제 같은 역할을 했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승질내고 막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아요.

형이 막 난리 치거나, 형이 막 드라마를 찍고 그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거죠. 사람은 다 다른 모습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친구들이랑 맛있는 걸 많이 먹으러 다니면서 술도 곁들이는 느낌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곁들이는 게 좀 커진? 느낌도 있네요.

이제 편하게 술 마시게. 인터뷰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나이가 든 조엘에 대해 얘기해줘요.

잠깐만 상상을 해볼게요. 상상을 해봐야지.

편하게 생각해요, 너무 진지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가볍게 생각해봐요.

아냐 나 이런거 또 질 수 없어.

아무도 안져요… 이기지도 않아요…

우리 셋이서 항상 그 얘기는 해요. 저기 당산동에 건물이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 친구들은 세 주고, 한 층은 술번개 전용 방을 하나 만들고, 지아키 모임 방도 하나 만들고~

지아키 모임 방까지요?

그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1층에는 바를 하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종로가 아니라, 이태원이 아니라, 다른 동네에 이런 거 있으면 또 좋을 거 같아요. 호모전용 건물인거지. 그럼 형도 거기 사는건가요?

나는 혼자 살아야해, 거기서 못 살아요. 그떄도 연애 안하려나?

난 연애할 생각 있어요. 형은 지금 별로 없어 보여요.

왜 이래, 보여줄게요. 지금 “몇 시쯤 볼까요?” 하고 있잖아요.

아니, 지금 어플을 하고 있었다고요?

별로야.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나도 만날까? 지금 말하는 게 아니라, 형이 누구랑 카톡하는 거 보니까 급 만나고 싶어지네.

인터뷰 진행 및 사진 : 정민        일러스트 : O